시원한 냉면과 신속한 배달은 언제
우리나라에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하고 상쾌한 음식이 인기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냉면은 무더운 여름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간편한 한 끼로 또는 고기를 먹고 난 후 간단한 후식으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시점에 차가운 냉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사실 냉면은 여름 음식이 아니라 겨울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 추운 겨울에도 커피는 "얼죽아"인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냉면이 겨울 음식인 이유
차가운 국수라는 냉면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아, 여름에 먹으면 정말 시원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냉면은 사실 여름이 아니라 겨울 음식이라는 것이 정확한 설명입니다. 냉면이 발달한 북부지역(현재 이북지역)과 그 재료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냉면의 재료가 되는 메밀은 제주를 포함해 전 지역에서 재배를 했는데 메밀은 7월에 심어 10월에 추수를 하는 작물입니다. 그 당시 평안도 사람들은 여름에는 밀을 수확해 만두와 국수를 해 먹고 10월 늦가을에 추수한 메밀로는 겨울에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북에서부터 전해져 온 냉면은 겨울 음식이지 않을까 합니다.
역사 기록에 남아있는 냉면
고문에 냉면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조선시대 문인 장유가 자신의 시와 산문을 엮어 간행한 "계곡집"에 자장냉면(紫漿冷麪)이라는 시를 실었습니다.
자줏빛 육수는 노을빛처럼 비치고, 옥색의 가루가 눈꽃처럼 흩어진다.
젓가락을 입에 넣으니 그 맛이 입속에서 살아나고, 옷을 더 입어야 할 정도로 그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뚫는다.
紫漿霞色映 [자장하색영]
玉粉雪花匀 [옥분설화균]
入箸香生齒 [입저향생치]
添衣冷徹身 [첨의랭철신]
계곡집 谿谷集 권 27-1643년 재간행본 부분 발췌
헌종 때의 학자 혹석모가 한국의 열두 달 행사와 그 풍속을 설명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는 냉면을 동지가 들어있는 음력 11월의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메밀국수에 무김치, 배추김치와 돼지고기를 곁들인 것을 냉면이라고 한다.
用蕎麥麵沈菁菹菘菹和猪肉名曰冷麵 [용교맥면침정저숭화저육왈냉면]
동국세시기 東國歲時記
작성 연대미상인 연세대에서 소장 중인 규곤요람이라는 서책에서 냉면은
싱거운 무 김칫국에다 화청 (和淸)해서 국수를 말고 돼지고기를 잘 삶아 넣고 배, 밤과 복숭아를 얇게 저며 놓고 잣을 띄워 나니라.
라고 기록되어 있다. 화청이란 명사로 음식에 꿀을 탐이라는 의미이다.
시의전서 (원본은 작성 연대와 작자 모두 미상이지만 한글로 필사한 필사본은 1911년 상주군수 심환진 필사)에는 냉면과 장국냉면 두 가지 음식의 조리법이 나와있다.
냉면
산뜻한 나박김치나 좋은 동치미 국물에 말되 꿀을 타고 위에는 양지머리, 배, 좋은 배추김치
세 가지를 채쳐 얹고 고춧가루와 잣을 뿌려라
장국냉면
고기 장국을 끓여 차게 식힌 후 국수를 말고,
위에는 오이를 채쳐 소금에 잠깐 절여 물기를 짜낸 후 살짝 볶아
깨소금, 고춧가루, 기름장에 묻힌 것과 양지머리를 채쳐 얹고
실고추, 석이버섯, 달걀을 부쳐 채친 것을 얹어 먹는다.
호박도 오이와 같이 볶는다.
다음 편에서 계속
다음 편은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던 고종 황제와 배달의 역사 그리고 냉면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